신사의 사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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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페이지 미스터리 - 4페이지 스토리

이 책은 작가가 4페이지라는 '초단편'분량으로 7년 동안 써왔던 작품들 육십 편을 한데 모은 작품집이다.

책 제목을 듣고 가장 처음 드는 의문은 "4페이지라는 분량으로 미스터리 소설을 완성시키는게 가능할까?" 일 것이다.

가능했다. 하지만 육십 편은 무리였다.

초반에는 그래도 훌륭한 추리소설이었는데 뒤로 갈수록 추리와는 관련이 없어지는 그냥 반전물, 개그, 꽁트 등등등...

하긴 단편적인 에피소드로 연재하는 다른 작품들도 뒤로 갈수록 소재고갈 문제가 크지. 조석의 '마음의 소리'라거나...

그래도 매 편마다 반전이라던가는 넣어줘서 그나마 미스터리라는 구색은 갖췄다.

짧은 분량도 의외의 장점이 되어서, 전개가 압축되서 들어가니 독자가 읽고 나서 여러 가지로 해석할 여지를 넣어주는 점도 좋았고.

미스터리 '틱'하기만 하면 미스터리라고 주장하는 듯한 이 책의 느낌은 마음에 들지 않지만

굳이 미스터리에 집착하지 않고 4페이지 안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를 즐기고 싶다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라노벨부


* 라이트노벨에 대한 애정이 가득 담긴 작품이었다. 라이트노벨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꼭 읽었으면 하는 소설.

* 라노벨의 좋은 점으로 내세우는 것들을 보니 예전의 야겜 상황이 떠오르는데...
언젠가 라이트노벨이 쇠퇴했을 때 다시 읽어보면 또 느낌이 색다를 듯.



* 단점을 약간 꼽자면

1. 아무리 봐도 장르를 잘못 고른 듯한 일러스트.

2. 독자의 취향에 따라 나쁘게 볼수도 특색으로 볼수도 있을 연애진도. "그래서 대체 어떻게 되었다는 거야!!"

3. 학산이 벌인 만행인 라노벨부와 나친적의 묶음판매. 지금은 이미 끝난 행사지만ㅋㅋ
이것 때문에 라노벨부가 싫어진 사람도 아마 있지 않았을까.

4. 번역은 괜찮은 편. 라이트노벨 쪽 특유의 전문용어(?)들을 잘 옮기고 이해하기 쉬운 주석도 꼬박꼬박 달아줘서 좋았다.

중2병 데이즈 1권

얼마 전 모 전범에 대한 옹호 논란으로 시끌시끌했던 작품이죠. 아직도 시끌시끌한 것 같습니다만...
저도 감상을 적는 김에 관련해서 글을 써볼까 했습니다만 포기했습니다.
적절한 글을 써주신 분들이 이미 계시기도 하고,
그 글들에 달리는 답글들의 수준을 보고 있자니 제가 써봤자 소용없을 것 같더군요...

결국 이 논란은 시드노벨의 사과와 수정공지로 마무리되었는데, 개인적으로는 '다함께 차차차'에 대한 소니의 대응과 마찬가지로 봅니다. 옳고 그름을 떠나서 이 사건이 길어질수록 시드노벨은 이미지가 나빠질 뿐일테니까요. 업체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죠.

뭐 그건 차치하고, 덕분에 흥미가 생겨서 책을 읽어봤습니다. 이 논란이 없었으면 이런 작품이 있는지도 몰랐을텐데, 이건 이 논란의 순기능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

그래서 얼마 전에 완독했습니다만...... 좀 많이 놀랐습니다;;

농담 안 하고 생각보다 훨씬 재밌어서요. 진짜로 진짜.

아무래도 제 취향에 직구로 꽂힌게 컸던 듯.

*

중2병이란 뭘까요?

작중에서는 '만화나 라이트노벨에 과도하게 심취해서 자신에게 미지의 힘이 있다고 믿거나, 그런 설정을 붙이고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마음의 병'이라고 언급하고, 실제로도 별로 틀리진 않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거기에 더해서 또 중요한 요소가 있다고 보는데, 그건 '실제로 그런 능력이 있으면 중2병이 아니다'는 것입니다.
제가 하늘을 날거나 에네르기파를 쏘거나 사륜안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 중2병이겠지만, 손오공이나 우치하가 그런 말을 한다면 중2병이라고 부를 수 없지요.
그런 의미에서 이 작품의 주인공은 중2병이 아닙니다. 정말로 자기가 말하는 설정(...)대로의 존재이죠.

하지만 왜 중2병이 생기는지를 생각해본다면 어떨까요?
사춘기가 되고 생각과 가치관이 발달하면서, 현실과 자의식이 충돌하는 일은 거의 누구나 겪는 경험입니다. 그러면서 불만족스러운 이 세계가 아니라 좀 더 자신의 이상에 맞는 다른 세계를 꿈꾸게 되죠. 이걸 중2병이라 본다면, 중2병은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사춘기의 자연스러운 일이며 주인공도 예외는 아닙니다. 주인공의 현실인 비일상의 세계에서 바라보는 일상의 세계리얼충의 세계는 충분히 반짝거리는 이상적인 곳이며 주인공이 꿈꾸는 중2병적인 세계입니다.

하지만 현실이 그렇게 즐거울 리가 없죠.

내가 볼 때는 그렇게 반짝거리고 즐거움이 넘치는 비일상이라고 해도, 그 비일상을 살아가는 자들에게 있어서는 그곳은 그저 지루한 일상이고 현실일 뿐입니다.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흑련도 깨닫고, 연오도 깨닫게 됩니다. 저 곳은 좋기만 한 곳이 아니라 추악하고 더러운 일들도 일어나는 '또 하나의 현실'일 뿐이라는 것을.




그리고 중2병을 졸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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